2022. 10. 23. 23:50ㆍ패션
백화점에서 근무하면서 사실 니들스(needles)라는 브랜드를 잘 알지 못했다.
국내 백화점에는 모노 매장이 입점돼있지 않으니까.
새로 편집샵 매장을 오픈하면서, 니들스의 모회사인 네펜데스(nepenthes)와 직거래를 하고,
그렇게 네펜데스가 운영 중인 일본의 캐주얼 브랜드 엔지니어드가먼츠(Engineered Garments, 엔가는 일본 디자이너가 미국에서 설립한 미국 브랜드이긴 하다), 니들스, 사우스2웨스트8(South2West8) 등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그때의 경험은 일본 의류 브랜드들의 관심과 그 매력을 어느 정도 알게 했다.
간단히 니들스의 탄생 스토리에 대해서 살펴 보자면,
2차 세계 대전 이후, 몇몇 일본인들은 미국을 동경했다.
미국인의 문화부터 라이프스타일까지 다양한 것을 동경했고, 특히 의복쪽에서는 그러한 기조가 좀 더 심했다.
(서양 패션의 원조 맛집인 유럽이 아닌 미국의 의복 문화가 일본에 깊숙히 들어온 것은 그러한 폐전 후 미군의 직접적 통제와 병행되어 들어 온 문화 유입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 미제 의류,신발 등을 단순 수입해 유통하던 것에서 나아가 점차 이를 차용, 변형, 직접 생산을 통한 일본풍 아메리카 캐주얼이 탄생했다.
니들스의 설립자 시미즈 케이조 또한 이 때, 어렸을 적부터 동경하던 미국 패션을 기반으로
일본인 체형에 맞춘 브랜드를 시작하였고, 1995년 니들스가 탄생하였다.
내 기준에 현 시점의 니들스라는 브랜드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이다.
1. 미국스러운데 묘하게 일본향을 첨가했다.
니들스의 기본적인 의류 스타일을 보면 카우보이, 아메리칸 빈티지 스타일, 그런지 룩 등
미국의 과거 풍요의 시대 때에 영감을 받은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매년 룩북을 보더라도 서양인 모델들을 기용하며 그러한 무드를 낸다.
근데 거기에 자수, 패치, 로고 등을 첨가하거나, 사이즈를 동양 체형에 맞게 슬림하게 내거나, 소재를 달리 가져간다.
이로 하여금 일반적인 옷에 니들스의 향이 한 스푼 강하게 첨가된다.
니들스의 옷들은 대부분이 MADE IN JAPAN이다.
미국스러운 스타일의 옷이 동양인 체형에 맞게 나오고, 거기에 장인의 향(?)이 첨가된 일본 메이드가 붙어 나오니, 이 믹스가 묘하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2. 브랜드 헤리티지를 잘 쌓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브랜드 헤리티지가 단지 시간이 지난 오래된 브랜드라서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오래 지속되는 브랜드일수록 그 헤리티지가 잘 녹아있는 경우가 많지만, 시간과 헤리티지가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
헤리티지의 근원을 잘 쌓는다는 것은 곧 다수가 납득할만한 시그니처 아이템이나 심벌(로고, 소재, 무늬 등)이 존재하는지의 여부라고 본다.
샤넬의 트위드, 구찌의 홀스빗, 보테가베니타의 인트레치아토 패턴 등이 그것이다.
결국 브랜드 의류의 구매도 심리적 판단의 결과물이다.
해당 값어치를 마땅히 주고 구매할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있는 것은 전통적, 상징적, 심미적 등의 미묘한 이유로 소비자의 심리적인 설득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1995년에 설립된 니들스는 명품의 그것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그들만의 헤리티지를 잘 쌓아가고 있다.
시그니처 영화 빠삐용의 스티브 맥퀸의 문신에서 영감 받은 나비 로고부터 시작해서,
설립 초기부터 꾸준히 나오는 모헤어 니트,
아메카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벌룬팬츠의 근본과 같은 HD 벌룬팬츠, A$AP ROCKY 등이 입어 유명해지고 스테디셀러가 된 트렉팬츠
(트렉팬츠는 우리 편집샵 매장에서도 매 시즌 스테디셀러였다.)
헌 옷을 리빌딩하는 리빌디드 바이 니들스 라인 등 그들만의 시그니처 아이템의 아카이브를 쌓아가고 있다.
이러한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부자는 망해도 3대는 먹고산다는 말처럼
앞으로도 탄탄히 그들의 입지를 다질 것이다.
내가 최근에 구매한 니들스 제품을 몇 개 소개하자면,
22 S/S 때 구매했던 트랙 재킷은 일반적인 트렉자켓에 카우보이를 연상시키는 솔과 요망한 나비 로고로 과한 듯하면서 과하지 않아 손이 자주 갔다.
21F/W 때 구매한 이 스마일 목걸이는 귀여운 스마일 심벌과 더불어 뒷면의 니들스 로고와 연결부위의 나비로고가 특징으로 무난해서 자주 착용하게 된다.
22S/S 시즌 벨트는 특유의 무니와 금장 버클이 약간은 촌스러운듯한 그 시절 미국식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든다.
앞으로도 니들스는 기회가 된다면 자주 구매할 것 같은 기대되는 브랜드이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다른 일본 브랜드를 다뤄 볼 예정이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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