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현대 서울 지하 2층은 어떻게 팝업과 데이트의 성지가 되었을까?

2023. 12. 2. 23:55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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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해당 기사를 보았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112375016

 

기사 내용 중에는 더 현대 서울의 객단가가 낮다는 우려가 포함되어 있다.

 

물론 기사 타이틀대로 주주들은 속 터질 일이겠으나 

나는 이게 그렇게 나쁜 시그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주주 아님)

 

이제 오프라인 유통 매장도 하나의 플랫폼에 가깝다.

그동안 모바일 앱 플랫폼에서 힘쓰는 것이 무엇이었나? 바로 유저수 확보이다. 영업이익이 떨어져도

외형만 커지면 그걸로 투자받고 본격적인 수익은 그다음이다.(물론 경기가 어려운 최근은 실속을 더 중시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어쨌든 구매까지 전환되어 객단가가 높으면 베스트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슈화와 집객까지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이번에 더 현대 서울에 방문해서 세부적인 컨텐츠가 아닌 근본적인 공간적 특성에 중점을 맞춰서 바라보았다.(*뇌피셜임)

콘텐츠야 워낙 핫한 곳이라 좋은 콘텐츠만 모여있으니.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은 어떻게 팝업과 데이트의 성지가 되었을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지하 2층에는 사람이 많았다. 반대로 지상층에는 사람이 적었다.

훌륭한 컨텐츠나 지하층이 가지는 지리적 특성, 요일 차이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더현대의 3층에도 컨텐츠는 좋다. 내가 좋아하는 스컬프나 아이엠샵 같은 좋은 편집샵은 모두 3층에 있다.

거기에도 고객이 어느 정도 있지만 그들은 이 편집샵을 찾으러 온 목적성 있는 고객이었다.

 

그런데 지하 2층은 팝업의 성지나 데이트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만큼 계속 컨텐츠가 바뀐다. 

그 뜻은 새롭다는 장점도 있지만 계속해서 흘러들어오는 유동고객을 잡아야 한다는 미션이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더 현대 지하 2층의 목적은 매니아들이나 충성고객을 잡는 게 아니라

어쩌면 그러한 니치 컨텐츠를 미끼로 단순하게 놀러 온 MZ 고객, 좀 더 포괄적으로 일반 대중 고객을 잡고 싶고 그들의 목적이 쇼핑에서 경험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노리는 게 아닌가 싶다.

쇼핑이 아닌 경험이 목적이 돼야 지속적인 방문과 구매가 더욱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온오프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가 똑똑해질수록 쇼핑의 목적을 둘게 아니라 경험을 하다가 우연히 구매하는 무 목적 지향, 연계성 구매에 맞춰야 오프라인 유통은 경쟁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답을 위에 두 개의 질문에서 찾았다.(*뇌피셜임 22)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은 어떻게 팝업과 데이트의 성지가 되었을까?
더현대 지상 3층 About Fashion

위 도면은 더현대 지상 3층이다. 

가운데 아일랜드 매장과 벽면 매장이 규칙적으로 들어간 전형적인 몰의 형태로 한눈에 봐도 쾌적해 보인다.

롯데 월드몰 지하 1층 또한 구성은 조금 다르지만 역시 더현대 3층의 구조와 비슷하고 더 널찍하다.

이 구조의 장점은 쾌적하고, 입점 스토어도 크고 세련되게 구성할 수 있다.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은 어떻게 팝업과 데이트의 성지가 되었을까?
더현대 서울 지하 2층 Creative Ground

 

그리고 위 도면이 더현대 지하 2층이다.

얼핏 봤을 때는 동선을 고려 안 하고 만든 것 같다.

길이 좁고 빼곡하고, 스토어의 형태도 같은 라인안에서도 동그라미, 다이아몬드, 네모 등 다양하다.

 

내가 처음 더현대 서울이 오픈하고 놀랐던 것은 포터매장의 위치와 형태였다.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은 어떻게 팝업과 데이트의 성지가 되었을까?
출처 : YOSHIDA POTER(포터) 공식 홈페이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덩그러니 깡통 통조림 모양의 포터매장은 좀 쌩둥 맞아 보이기까지 했다.

이는 기존 백화점이나 몰의 쾌적한 형태에 익숙한 고객이라면 불편하게 느낄 수 있고, 정신없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앞서 말한 뜨내기 MZ 고객이라면 이야기다 조금 다르다.

MZ고객이 지하철을 타고 몰에 들어온다고 가정해 보고 주위에 뭐가 보이는지 묻는다면

월드몰에 경우 정면의 큰 동선의 길과 그 양옆에 큰 스토어들을 이야기할 것이다.

 

반대로 더현대 지하 2층에 들어와서 걷다 보면 어느새 정면 후면 양옆이 모두 매장과 팝업 컨텐츠인걸 알게 된다.

 

같은 컨텐츠를 도입해도 어느 게 더 주목될까?

 

길이 좁다는 건 그만큼 북적하다는 것이고, 사방이 컨텐츠라는건 멋진 상품들 멋진 사람들이 더 눈에 띈다는 것이다. 

쇼핑을 위해 들렸지만 내가 멋진 컨텐츠와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경험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입점 업체들 또한 유동인구가 많은 공간 보다도 컨텐츠 경험 몰입도가 강한 공간에 들어오고 싶어 하고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구조의 한 가지 더 장점은 특정 컨텐츠를 찾기 위한 동선에 있다.

 

특정 위치를 찾아가기 위해선 더현대 지상층이나 월드몰 같은 일반 몰은 큰길을 따라가면 된다.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은 어떻게 팝업과 데이트의 성지가 되었을까?

찾기 쉽고 루트가 고정되어 있다.

 

그런데 지하 2층에서 컨텐츠나 매장을 찾을 땐 길이 여러 가지이다.

스토어 사이를 가로질러 지나쳐 갈 때도 있고, 팝업 대기줄을 에둘러 지나가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을지로 같이 올드타운의 꼬불한 장소를 걷는 느낌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서 고객은 공간에 몰입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다른 레퍼런스는 

찾아가는 길조차 컨텐츠가 되는 서울의 골목골목 힙한 가게들이 있는 을지로 같은 구시가지,

'Beautiful Chaos'라는 표어처럼 멋있는 무질서한 구성으로 편집 매장을 전개하는 레이 가와쿠보의 DoverStreetMarket(도버스트릿마켓),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은 어떻게 팝업과 데이트의 성지가 되었을까?
출처 : Doverstreetmarket(도버스트릿마켓) 공식 홈페이지

그리고 고객에게 직관적인 자극을 몰입하여 경험하게 하는 테마파크의 유령의 집과 같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잡소리 요약 : 중요한 건 쇼핑을 하러 오게 만드는 게 아니라 먼저 경험을 하러 오게 해야 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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